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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는 지금 신촌이 있는 홍익대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지금 민서를 생각하게 된 것은 몇 년 전 민서가 준 스승의 날 받은 선물 때문입니다.

 

2 때 서라벌중학교 친구들과 함께 글쓰기와 국어를 배우러 왔습니다. 첫인상이 깔끔했습니다. 준수한 외모만큼이나 깔끔하고 풍부한 언어를 구사하는 아이였습니다. 다양하고 깊은 독서로 여러 분야에 걸쳐 아는 게 많았습니다. 고등학교 때 민서는 수능 국어와 내신 국어 점수는 전교 톱이었습니다. 국어 독해 시간에 지문을 읽어 내는 속도에 놀라고 감각적으로 답을 골라내는 실력에 또 한 번 놀라게 됩니다. 굉장히 빠르게 읽어내는 데도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속뜻을 음미하는 경지에 이른 아이였습니다. 대학생도 접하기 어려운 중국의 장자나 한비자, 영미 문학, , 소설, 경제, 역사에 대하여 깊이 있는 독서를 하고 있었습니다.

 

민서는 영훈 고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장비처럼 강력하게 몸을 소유했지만 마음이 부드럽고 인정이 많은 신일 고등학교의 김상호와 입술이 석굴암 부처처럼 뚜렷하고 잘 생긴 서울 외국어고등학교에 다녔던 서인영, 형제가 모두 공주에 있는 한일 고등학교를 다닌 박진석과 한 패를 이루며 나의 교실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상호나 진석이와 마찬가지로 민서는 나를 꽤 따랐습니다. 아이들은 나에게 깊은 신뢰를 보냈습니다. 나도 될 수 있는 대로 열심히 가르쳐 주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정신 교육에 해당하는 인성 교육도 시간이 될 때마다 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공부 분위기가 느슨한 상태가 여러 날이 되어 한 달 동안 폐강을 단행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한 달 후에 정말 열심히 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사람만 연락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폐강을 단행했던 그 당시 나의 속마음은 당연히 한 달 후에 꼭 만날 심사였고, 공부 스케줄을 만들어 소위 하드 트레이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후에 어머니들의 말씀을 들으니 아이들의 충격이 대단했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상혁이는 내가 없는 동안에 매우 불안해했다고 전하셨습니다. 한 달 후에 다시 만난 나는 이 아이들을 가르칠 수밖에 없는 끈끈한 정을 느꼈습니다.

 

한 달 후에 아이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아이들은 다시 모여 재미있게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간혹 민서가 핑계가 많아지고 결석이 잦아졌습니다. 아이가 다른 곳에 관심이 많아져서 공부할 틈이 없는 듯 했습니다.

 

 5 15일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그날 민서는 결석했습니다. 나는 밤이 너무 늦어 아이들을 고개 넘어 덕성여대 앞 솔밭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아이들을 내려 주는 장소에 민서가 서 있었다. 민서는 깊은 보조개를 만들고 웃으면서 인사를 했습니다. 얄미운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결석의 이유를 따질 틈도 없이 민서는 선물스럽게 예쁘게 포장한 프랑스산 와인을 내게 내밀었습니다.

 

선생님 죄송해요. 이거 스승의 날 선물이에요.

 

. . . . . .

 

 민서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수업을 결석하면서도 선생인 나의 와인 선물을 준비하는 순진하고 엉뚱한 아이였습니다. 좋아하는 선생님께는 의정부에 있는 학원까지 찾아가는 아이라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민서를 보는 어머니는 속상해하셨습니다. 공부도 그렇게 열심히 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선물을 받아 들고 일종의 서글픔도 같이 받아 들었습니다. 갑자기 슬픈 생각이 스며들었습니다. 나는 나의 집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그러다가 차를 돌려 솔밭 공원으로 민서를 다시 불러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며 껴안고 울고 싶은 아이였습니다. 이런 정성을 자신에게 쏟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도 했습니다.

 

 집에 오니 12가 다 되었습니다. 그렇게 슬픈 선물을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배가 출출해 불이 켜져 있는 국숫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때 한겨레신문에서 기획한 특집 대담을 발견했습니다. 인문학자가 과학자를 찾아가서 인문학자의 입장에서 과학을 풀어 나가는 대담집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시인이 우주 과학자와 만나서 우주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거나 소설가가 나노 박사를 만나서 차이점과 공통점을 찾아가면서 대담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연속 기획시리즈로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신문을 가져왔습니다. 그 후 2년 후에 한겨레신문사에서 인문학의 눈을 통해 본 과학 단행본으로 나왔습니다. 좋은 책이기 때문에 우리 교실 아이들에게 읽게 했습니다.

 

아마 그것도 반쯤 착한 민서가 그날 나에게 준 스승의 날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공부를 더 성실하게 했다면 신촌에서 제일 좋은 학교를, 아니 서울대도 가능할 텐데 하고 아쉬워했습니다.

 

그날 밤늦게 나는 민서의 앞날을 생각하며 슬픈 와인을 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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