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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안도현 사랑 생각 고리

 

 

설악산 장수대를 지나며

 

필자가 생각 펼치기 학원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오늘은 시를 쓰자"고 하면 중학생은 물론이고 초등학생들 모두 거부감을 보입니다. 학생들은 좋은시를 쓰자고 하면 뭔가 특별한 언어로 멋지게 꾸며 써야 한다고 착각하여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건 우리나라 학생들이 지니고 있는 큰 착각일 뿐입니다. 우리 국민이면 거의가 알 수 있는 김소월의 '진달래꽃'의 첫행은 '나 보기가 역겨워'입니다. 만일 남녀 관계에서 헤어지고 싶을 때, '당신 나를 보기 역겹지?'하면 대판 싸움 납니다. 이런 단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소월 진달래꽃은 우선 아름답고 좋은시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삽다리(두리) 과수원집 주인 이준복 선생님이 치던 가을 기타

이 집 벽에는 좋아하는 시 '연탄'을 써 놓은 멋쟁이 주인이다.

 

그리스 로마신화를 쓴 소설가 이윤기 님은 글쓰기를 할 때에는 쓰고 싶은 것을 쓰면 태권도 검은띠가 된다고 했습니다. 글을 쓸 때는 쓰고 싶은 것을 쓰면 됩니다. 멋지게 폼나게 써 봐야 식상한 표현이 나올 확률이 큽니다.

이번에 소개할 내용은 도봉구 지역 중학교 2학년생들이 안도현 사랑을 모티프로 하여 이어쓴 작품을 소개합니다. 이 학생들은 주로 대학 이과 지망생들입니다. 물론 이 학생들도 거부 반응부터 보였습니다. 그래도 저는 약속합니다. "선생님하고 한 시간 동안 작품을 쓰고 나면 재미있어질 거라고요" 그 후 실제로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자신들이 이렇게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합니다.

 

한신초등학교, 정의여중 학생들이 아침저녁으로 지나는 오솔길

 

팀원은 장유리(정의여중 2), 이지윤(신방학중 2)

박경훈(선덕중학교 2), 김청호(선덕중학교 2)입니다.

아래의 작품 중에 골라서 내용에 어울리도록 이어 쓰는 방법입니다.

 

이 학생들은 중학교 2학년입니다. 학원에 와서 어떤 아이는 까불고 어떤 아이는 선생님에게 신뢰를 보내고, 어떤 아이는 오자마자 엎드려 자고 연필을 안 가져와 야단 맞고, 오자마자 선~생~님~ "영화 보면서 공부해요"하는 모습을 보면 중2병의 한가운데 있는 상태입니다.

 

서울 근교 어디쯤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안도현 '사랑'

강은교 '빗방울 하나가'

김소월 '생과 사'

한용운 '두견새'

 

위의 작품들 중에서 학생들마다 다르게 한 작품을 선택하여 한 연을 시작으로 이어 쓰는 방식입니다. 안도현 사랑을 선택하여 생각 고리를 만들어 좋은시를 지었습니다.

방법은, 우선 원본 한 부분을 4명에게 똑같이 제시하면 4명은 동시에 원본에 이어서 4~6줄을 써나가는 방식입니다. 그후 옆 친구에게 자신의 것을 주어서 이어쓰게 하는 방식이어서 학생들끼리 생각을 고리로 이어 주기에 생각 고리라는 명칭을 붙였습니다.

 

순천만의 겨울

 

안도현 사랑

 

 

 

두리 과수원의 가을 잠자리

 

 학생들의 생각 고리

 

 

 <이지윤>

 

 

<박경훈>

 

<김청호>

 

 

<장유리>

 

 

<이지윤>

 

 

가을 공원 가을 단풍

 

이렇게 쓰고 나서 자신보다 다른 아이들이 더 잘 썼다고 하며 서로를 칭찬해 줍니다. 겨우 중학교 2학년 사춘기의 아이들이 이런 사랑을 경험했을 리가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높은 수준의 작품을 쓸 수 있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책상 머리에서 하나의 생각이 떠올라 그것을 붙들고 늘어지며 생생하게 살아있는 생각을 써 내려간 폼이 세련되기까지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좋은시 쓰는 연습을 하면 혼자서도 잘 쓸 수 있고 창작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뿐만 아니라 즐거운 시간을 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시인, 좋아하는 시인(구글 재사용 가능에서 편집)

 

필자는 안도현 님을 특별히 좋아합니다. 님의 시집 '그리운 여우'를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님의 시 중에서 '열심히 산다는 것'이란 시를 읽고 열심히 산다는 것에 대한 신선한 충격을 맛보았습니다. 아! 이렇게 아귀다툼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열심히 사는 것이구나 하고 그의 마음에 공감이 갔습니다. 어느 목요일 봄 교습소 선생님들의 모임에서 무언가 갈등이 있어서 두 분 선생님들 마음이 상했던 상황에서 님의 '열심히 산다는 것'이라는 시를 암송해 드렸습니다. "두 분 선생님들과 이 현장을 바라보면서 안타깝게 또는 가슴을 졸이면서 잘 해결되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선생님들 모두 오늘 하루 열심히 사셨습니다."하고 큰 소리로 축하드립니다. 하니까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저는 쑥스러운 현장에서 그 박수는 선생님들께서 모두 순수하신 시인님을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순천만 오리 가족

 

시란 이렇게 좋은 겁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딩 선생님은 고등학생들에게 시는 삶의 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의학, 법률, 건축, 경제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학생들은 의학 등을 등한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법률이나 경제를 연구하고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삶의 현장에서 시 한 편을 읊조린다는 것은 삶의 차원을 다르게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안도현 사랑을 멋지게 썼던 마음이 예쁜 장유리는 지금 컴퓨터 박사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 친구들은 학원 앞산에 꽃구경 갈 때에는 진달래꽃은 물론이고 개망초를 보고 너무 예뻐서 자리를 뜨지 못 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작은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틀림이 없습니다. 위의 학생들과 함께 장유리의 작품은 지금도 저희 학원에서 전설로 남아 있습니다. 학생들이 그의 작품을 돌려 보면서 많이 배우고 아름다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순천만의 저녁

 

 

 

 

쌍문동에서 조원상 생각펼치기 학원에서 국어 논술을 지도하는 조원상 선생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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