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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정의여중생들은 아침저녁으로 너무 많이 본

이어서 그런지 감흥은 우리 일행과 달라 보였습니다.

 

별로 새로울 것도 없이 편안하게 자신들의 이야기에

빠져 깔깔 웃는 모습에서는 벚꽃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그건 이미  새봄에 활짝 핀 봄꽃들과 하나가 되어

새로울 것도 없는 물아일체의 경지였다고나 할까요.

 

그들은 새봄과 하나가 되어 한신초등학교 오솔길발걸음은

나른한 봄을 닮았고 하늘을 뒤덮은 흰 꽃을 닮아 있었습니다.

 

 

김지하 시인 현대시 감상의 글을 쓰면서 학원 주변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 학원 앞산은 한신초등학교와 정의여중, 정의여고로 가는 오솔길이 있습니다.

지난가을 학생들과 단풍을 구경하면서 약속했습니다. 진달래꽃 피는 봄이 오면 또 구경 가자고 했지요. 아이들은 수업을 빼먹고 가는 게 엄마하고 가는 구경보다 더 신난다고 말합니다. 저도 학생 때를 되돌아 보니 수업 빼먹는 건 언제고 즐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 학원 옆에는 창경초등학교와 백운중학교가 있습니다. 창경초등학교와 쌍문동 한양 7차 702동 사잇길에도 벚꽃이 무서우리만치 팍팍 벌어져 하늘을 뒤덮고 있었습니다.

원래 목적지인 한신초등학교로 가는 오솔길로 들어섰습니다. 때는 4시쯤이어서 초등생들은 드문드문 보였지만 정의여중 학생들은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입은 검은 산뜻한 교복과 웃음소리가 봄 하늘을 가로지르며 퍼집니다. 참으로 싱그러운 목소리들입니다. 간간이 정의여고 언니들이 보입니다. 여중생들과는 다르게 무게감이 있었습니다. 뭔가 생각하며 가는 듯도 하여 국어 선생인 저로서는 아마도 국어 시험과 관련하여 깊은 생각에 잠긴 것이나 아닌지 생각하여 봅니다.

 

서울 창경초등학교 옆길

 

지난해 교습소 연합회 모임에 나갔을 때, 앞에서 일본 하이쿠를 읽고 선생님들께도 한 번씩 하이쿠를 짓는 연습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현대시 감상에서 이때쯤은 김지하 시인의 새봄이 제격입니다. 짧은 4행의 시이면서도 벚꽃과 소나무의 조화로움과 을 함축적으로 표현해 놓아서 자꾸만 읽을수록 깊은 맛을 느끼게 합니다.

 

 

 

현대시 감상의 제목 '새봄'을 사전에서 찾아 보면

1. 겨울을 보내고 맞이하는 첫

2. 새로운 힘이 생기거나 희망이 가득 찬 시적을 비유합니다.

 

오늘 맞이한 벚꽃은 사전적 의미에 매우 충실하였습니다.

 

 

서울 창경초등학교 앞산

 

 

학원이 있는 쌍문동에서는 이번 주를 넘기면 이 꽃의 절정의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이 꽃은 금방 피었다가 지는 꽃입니다. 하얀 꽃들이 하늘을 뒤덮고 그 아래를 아름다운 청춘들이 아침저녁으로 다니는 한신초등학교와 정의여중이 같이 쓰는 오솔길에 만개한 이 꽃들의 수명은 길지 않습니다. 김지하 시인은 아름다운 꽃이 금방 지는 아쉬움을 해마다 느꼈을 듯합니다. 그러니까 첫 행부터 '벚꽃 지는 걸 보니'라고 하여 가는 계절을 미리부터 말해 버리면서 서운함을 달래는 듯합니다. 그러고는 '푸른 솔 좋아'라고 합니다. 이때 비로소 존재감이 없었던 푸른 솔을 좋아하게 된 것입니다.

 

 

쌍문동 한양 7차 아파트와 어우러진 흰 꽃

 

 

푸른 솔을 좋아하게 된 연유는 흰 꽃이 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푸른 솔을 좋아하다 보니 이 꽃마저 좋아라고 합니다. 푸른 솔은 항상 변함이 없는 존재입니다. 그것을 좋아하다 보니 이 꽃이 또 좋아졌다고 합니다. 중1 국어 교과서 맨 첫 부분에 실렸던 이 시는 

간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와 항상 푸른 존재를 대비시키면서도 조화로움을 꾀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가지치기 당한 나뭇가지를 계단에 옳겨 찍은 모습.

창경초등학교 아이와 걸음을 멈추고 관찰하였다.

 

일본 단가 하이쿠

 

현대시 감상 글을 쓰면서 쌍문동 한신초등학교 오솔길을 뒤덮을만한 이 꽃을 생각하면 일본의 단가를 떠올립니다. 하이쿠는 5. 7. 5 음수율을 지닌 17자로 된 일본의 정형시입니다. 세계에서 그 유래를 보기 힘든 짧은 시로서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훈초등학교에서 일본 단가를 배우고 있으며 미국이나 캐나다 뉴질랜드 유학생들이 우리 학원에 와서 공부를 할 때에 영어로 일본의 단가를 배운다고 합니다.

 

 

 

이 하이쿠를 보면 김지하 시인의 새봄을 연상합니다.

바빠서 3일을 밖에 나가지 못했더니 벌써 꽃이 진답니다.

일본의 사쿠라는 산 전체를 하얗게 뒤덮어 버립니다. 그야말로 화끈하게 피었다가

화끈하게 지는 꽃입니다.

 

 

 

아! 봄인가

이름도 없는 산의

엷은 봄안개           계어 <안개, 봄>

 

 

벚꽃과 함께 핀 진달래꽃

 

쌍문동의 봄은 절정입니다. 한양 7차 아파트 주변은 봄꽃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스마트폰으로 하얀 목련을 찍으시기에 걸음을 멈춥니다.

지나가던 중학생들은 너무 많이 본 꽃 들이어서 그런지 감흥은 우리 일행과 다른가 봅니다. 그건 이미 이 봄에 활짝 핀 봄꽃들과 하나가 되어 새로울 것도 없는 물아일체의 경지였다고나 할까요. 자연과 하나가 되어 한신초등학교 오솔길을 걷는 발걸음은 나른한 봄을 닮았고 하늘을 뒤덮은 흰 꽃을 닮아 있었습니다.

 

 

 

김지하 시인의 현대시 감상 글을 쓰면서 느낀 역설입니다. 쌍문동 봄꽃 축제가 지나기 전에 이들 중학생들처럼 꽃과 하나가 되어 꽃을 봐도 새로울 것 없이 태연한 걸음으로 지나가는 새봄이 되길 바랍니다. 우선 내일도 부지런 떨며 국어 논술 수업 준비를 일찍 서두르고 쌍문동에 벌어진 꽃잔치를 구경을 나갈 계획을 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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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의 진달래꽃

시의 이론(역설법과 반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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