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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지만 서로 닮은 소설과 시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왕자와 김춘수 꽃은 관계를 맺고 회복한다는 뜻에서 서로 닮았습니다. 전자는 1943년에 지은 동화입니다. 그렇지만 이 책의 내용을 보면 어린이보다는 어른들을 위하여 지은 책이라고 해야 할 듯합니다. 이 땅에서 어른이 되었지만 어린 아이와 같은 순수한 영혼을 가진 어른들을 위한 책이고 그렇게 되기 위하여 부단히 애를 쓰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텍쥐페리가 관계를 소중하게 다룬 동화라면 많은 국민이 애송하는 현대시 김춘수 꽃은 대상을 불러 줌으로써 서로의 존재를 인식한다는 면에서 유사한 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투정만 부리지만 그래도

 

 

 

 

어린왕자는 소혹성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소혹성은 자신의 몸집보다 조금밖에 크지 않아 혼자 살기에도 좁아서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할 지경입니다. 이런 배경을 설정한 생텍쥐페리의 발상이 뛰어남을 알 수 있습니다.

 

 

어느날 부터인가 무언가를 피어 내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며 몸단장을 하는 나무를 바라봅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봅니다. 그러나 나무는 쉽게 망울을 떠뜨리지 않고 며칠을 더 부산을 떨다가 드디어 장미가 부스스 눈을 뜹니다. 소설 본문을 읽을 때는 이 부분의 묘사가 자세히 서술되어 있어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합니다.

새로 태어난 장미는 까다롭기가 말도 못 합니다. 자신을 예쁘게 봐달라고 재촉을 하는가 하면 바람이 부니까 유리벽으로 막아달라고도 하고 재촉합니다. 벌레를 잡아 달라고도 합니다. 또 적당한 시간에 물도 달라고 하고 떡잎도 떼어 달라고 귀찮게 굽니다. 그러나 이 앙증맞고 귀찮은 녀석의 말을 다 들어 줍니다.

 

그러다가 이 투정만 부리면서 귀찮게 구는 녀석을 남겨두고 여행을 떠납니다. 어린왕자는 우연하게 장미꽃이 5천 송이 피어있는 정원에 도착합니다. 그는 5천 송이를 보고 그만 풀밭이 엎드려 울지요. 자신의 소혹성에 핀 녀석이 갑자기 하찮게 보였던 겁니다. 품종도 개량되어 싱싱하고 색깔도 좋고 전문 정원사가 키운 덕에 자신의 것보다 훨씬 훌륭하고 아름다워 보였던 게지요. 그래서 갑자기 헛수고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신이 초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중한 것은 눈으로 보이지 않아

 

 

 

울고 있는 어린왕자에게 다가온 여우였습니다.  

"넌 5천 송이에게 벌레를 잡안 준 적이 있니? 물을 준 적이 있니? 바람막이 유리를 세워준 적이 있니? 조용히 따지듯이 묻습니다.

생각해 보니 여기에 있는 5천 송이에게는 그렇게 해 준 적이 없었습니다.

여우는 말합니다.

"이 5천 송이와는 상관이 없어 관심을 준 적이 없으니까 이 애들과 상관이 없어. 네 별에 있는 한 송이가 네가 진심을 갖고 다 해 준 것이니까 가장 중요한 거야. 네가 길들인 거야." 하고 말합니다.

그 말을 듣고 울음을 그치고는 마음이 바뀌어 5천 송이에게 말합니다.

"난 이제 너희들을 사랑하지 않아"

그때 5천 송이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른다고 했습니다.

 

밀밭을 좋아하지는 않아 하지만

 

 

 

여우가 말합니다. "난 밀을 좋아하지 않아. 난 빵을 먹지도 않으니까 밀밭은 나에게 중요하지가 않아. 그러나 난 너를 길들이기 위해 앞으로 밑밭을 소중하게 생각할 거야."

하면서 내일 4시에 밀밭에서 만날 약속을 합니다. 길들이기 위한 순수한 작전이지요. 내일 4세에 만날 약속을 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3시부터 기분이 좋아져서 행복해지게 될 것이고 멀리서 네 금발머리가 휘날리는 모습을 보면 더욱더 행복하게 될 거야 이게 관계를 맺는 것이고 길들이는 거야" 하고 말합니다.

 

소중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여우는 비밀을 하나 알려 줍니다. 소중한 건 겉으로 보이는 것에서는 볼 수 없다고, 오직 마음으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대부분 오직 눈에 보이는 것들에게서 가치를 찾습니다. 2014년 한양대 신입생 선발 논술고사에서는 어른과 아이의 소통의 차이를 논술하는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어른은 수치를 좋아하여 아버지는 돈을 잘 버시니? 하는 등의 질문을 하고 아이는 지붕에는 비둘기 집이 있는 걸 보았다며 어깨를 으쓱하는 모습에 대하여는 관심도 없다는 듯한 어른의 태도를 지적하고 있는 제시문이 있습니다.

 

 

김춘수 꽃 / 서로에게 관심을

 

(1연)

 

 

내가 부른 것처럼 누가 나를 불러 달라고 말합니다.

내가 모르는 누가 나에게 와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내가 모르지만 누군가 나를 보고 있을 수 있으니 서로 먼저 보는 사람이

먼저 와서 관심을 가져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나도 가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김춘수 꽃은 네 개의 연이 서로 이야기처럼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소중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여우에게서 배우고 비밀을 알고 떠난 후에 다른 존재에게도 비밀을 알려 주는 소리입니다.

 

(2연)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는 앞 작품에서 서로가 밀밭에서 만날 약속을 한 후부터는 서로에게

소중하게 되었다는 의미와 상통합니다. 불러 주는 것은 단순히 이름을 부르는

행위에 있지 않고 대상에 대하여 마음을 열고 다가간다는 뜻입니다.

 

(3연)

 

 

시적 화자인 내가 주변의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누가 나를 먼저 본 사람은 나의 이름을 불러 주세요. 그러면 나도 얼른 가서 마음을 열겠습니다. 하는 열린 마음입니다.

정원에서 배운 대로 내가 누가 불러 주면 길들여진다는 것을 알았으니 누가 나를 길들여 달라는 뜻입니다.

 

(4연)

 

너나 나나 서로 잊히지 않는 의미 있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서로 소중한 마음을 가지고 불러 주면 관계를 맺는 계기가 되어 서로 의미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소행성으로 돌아간 그는 이제 마음을 활짝 열고 누구에게나 잊히지 않는 존재가 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존재들이 관심을 갖고 불러 줌으로써 그 후의 상황은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전 문화재청장을 지냈던 유홍준 명지대 교수는 그의 책 서문에는 안다는 것의 의미를 이렇게 썼습니다.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느낀 만큼만 보인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대상을 사랑하면 더 잘 알게 된다. 또 더 잘 알면 잘 볼 수 있으며, 그때 보이는 것은 이전과 다르게 보인다"라고 하여 이 또한 앞의 두 작품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큽니다.

그래서 어느 유적지를 방문하거나 어느 명승지를 방문할 때는 미리 공부를 하고 떠나면 훨씬 더 잘 보이고 더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관광지에 대하여 더 잘 알기 위하여 오래 전 출판 당시에는 유홍준 '나의 문화 산 답사기' 책을 들고 유적지를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생텍쥐페리의 이 작품은 서울대 논술 고사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어린이 동화이지만 삭막한 현대 산업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서로의 관계를 회복하자는 의미일 것입니다.

현대 산업 사회를 거치면서 요즘 인터넷 시대 지배하는 정보 시대에 나만 알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현대 사회에서 꼭 필요한 동화입니다.

지난주 토요일 전기현의 '씨네 뮤직'에서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소개하였습니다. 역시 이 애니메이션도 아름다운 동화를 온전하게 표현하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오래전에 읽은 어른을 위한 동화를 오랜만에 다시 생각해 보니 음미할수록 묘사와 발상이 뛰어나서 더욱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국민 애송시 김춘수 꽃을 이번 봄에 다시 암송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쌍문동에서 국어 논술을 지도하는 조원상 선생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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